이 책을 접하게 된 건 또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이 정도면 자청한테 세뇌당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이론을 빌려서 얘기하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너무 무겁고 두꺼워서(벽돌한장 두께, 700페이지짜리 사전 느낌입니다) 빌릴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잠깐 했었는데 그때의 시스템 1의 작동 오류로 앞으로 2주 동안 고통(?)과 함께 이 책을 완독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더 큰 모순에 사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나의 뇌는 사소한 판단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오류투성이에 비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같이 평균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다면 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러한 판단도 오류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책을 겨우겨우 다 읽었으니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시스템 2를 작동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를 하겠지만 이 또한 개인의 생각 오류가 있음을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1. 두 가지 사고 시스템을 가정하고 시작: 시스템 1 vs 시스템 2
시스템 1: 빠른 생각, 직관적 사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없이 말한다, 두뇌를 거치지 않고 생각한 대로 말한다에 예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동적이고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생각한 내용들은 모두 시스템 1의 생각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이러한 시스템 1은 빠르게 작동하고 신속하게 생각을 처리하지만 종종 오류가 많이 발생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1+1은? 2*2는? 과 같은 문제는 자동 반사로 바로 답이 나오게 되는데 이럴 때 시스템 1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2: 느린 생각, 논리적 사고
시스템1과 달리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신중한 사고를 합니다. 우리가 며칠 동안의 생각을 거쳐서 나온 결정이나 흔히 머리를 싸 쥐고 고민해서 나온 결정들이 해당이 됩니다. 때문에 시스템 2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집중해서 사고를 하게 되는데 우리의 뇌는 게으르기 때문에 시스템 2를 작동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234*345은?)은 시스템 2가 작동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 1에 많이 의존하지만, 이는 편향과 착각을 흔히 초래하게 됩니다.
2. 인지 편향과 오류
우리의 뇌는 스스로가 논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많은 오류를 범합니다. 작가는 그 대표적인 편향을 아래와 같이 정의 합니다.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ness Bias) : 특정 사례가 전체를 대표한다고 착각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면, 자청이 책을 많이 보고 성공을 했으니, 나도 책을 많이 보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아… 나도 성공하고 싶습니다(진심).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기억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가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면, 요즘 자주 나오는 기사인데 비행기 사고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비행기 사고를 자주 접하면 비행기보다 기차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앞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을 거야라고 고집을 하게 될 수 있겠죠?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 : 처음 보는 정보나 숫자 등에 영향을 받아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세일할 때 가격표에 원가를 가리지 않고 50% 세일이라고 하면 소비자는 10만 원 원가 제품을 5만 원에 득템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어 바로 결제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할인은 덫입니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길 가다 1,000원을 줍는 기쁨보다 1,000원을 읽는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하지면 여기에서 1,000원의 가치가 같기 때문에 작가의 이론에 따르면 1,000원을 얻거나 잃는 감정의 크기는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이콘(ECON) vs 인간(Human)
이콘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완전히 합리적인 인간”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최적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할 때 이 가정 속의 인간을 “이콘”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이 실제로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인간은 이콘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합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이콘과 인간을 구분해 보았습니다.
구별점 | 이콘(ECON) | 인간(Human) |
사고 방식 | 완벽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 |
감정적이고 직관적이고 편향적 |
의사결정 | 정보를 분석하여 최적의 선택을 한다 | 감정과 직관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한다 |
경제적 행동 | 항상 이익을 극대화한다 | 단기적인 감정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
4.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동일한 정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서 이 부분을 설명을 하였습니다. 아래 예시를 보면 이 개념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치료법을 선택하면 90%가 생존합니다.
- 이 치료법을 선택하면 10%가 사망합니다.
당신이라면 A를 선택하겠습니까? 아니면 B를 선택하겠습니까? 결론적으로 A와 B는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표현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5. 행동경제학과 실생활 적용
투자: 사람들은 손실을 두려워하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동일 투자 상품에 장기적으로 베팅을 할 경우, 일별/주별/월별로 투자상품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보다 분기별로 투자상품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짧은 주기 별로 투자 가치에 대하여 평가를 하다 보면 손실이 두려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소비자는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므로 프레이밍 기법을 마케팅에 활용을 한다면 매출에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죠? 말은 쉽지만 그 방법을 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겠죠? 이를테면 시스템 1을 이용하여 성공한 케이스를 찾아보고 시스템 2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응용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 어떠한 작은 일이라도 시스템 1에만 의존하여 결정을 하지 말고 시스템 2를 활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틀자기의 효과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넓은 틀짜기의 사고방식을 연습하다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결론은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일단 나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틀부터 깨는 것이 실천의 1단계 일 것 같습니다. 나는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사고방식과 판단 오류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만 하여도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